우주를 보는 새로운 눈, 중력파

2016년 2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발표가 있었다.
두 블랙홀의 충돌로부터 방출된 중력파를 직접 검출했다는 것.
100여 년 전 아인슈타인이 예언한 중력파의 존재가 확실히 증명된 것이다.
이는 ‘세기의 발견’으로 꼽힐 만큼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1년여 후인 2017년 8월에는 중력파와 전자기파가 동시에 검출됨으로써
‘다중신호 천문학’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중력파, 차근차근 알아보자!

중력파, 쉽게 알려주세요!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최초로 제시한 개념이다. 시공간에 발생한 아주 작은 일그러짐이 퍼져나가는 것을 말한다.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하면 주변 시공간이 일그러져 중력파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성자별, 블랙홀과 같이 중력이 강한 천체들이 충돌, 병합하거나 초신성처럼 별이 폭발할 때 중력파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별뿐만 아니라 은하 간 충돌에서도 중력파가 방출될 수 있다. 우주대폭발 직후의 우주 급팽창 때에도 중력파가 발생했을 것이다. 중력이 강한 천체들이 충돌, 병합할 때 나오는 중력파는 파원으로부터 빛의 속력으로 퍼져나간다. 마치 잔잔한 물에 돌멩이를 던졌을 물에 파동이 일어나듯 말이다.

아인슈타인
중력파도 볼 수 있나요?

사실 중력파는 그 세기가 매우 약하다. 지구상에서 우주 중력파를 관측하려면 라이고(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와 같이 특별한 관측 기기가 필요하다. 빛은 눈으로 볼 수 있고, 멀리 있는 천체는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다.
중력파는 퍼져나가면서 물체의 길이(모양)을 변화시킨다. 중력파 관측은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줄자라 할 수 있는 라이고 레이저 간섭계를 사용하여 우주 중력파로 인해 변화하는 기기의 상대적 길이 변화 정도 등을 측정하여 중력파원의 여러 물리량을 알아낸다.

더 깊은 우주의 세계로 향하는 통로

우주로부터 오는 중력파의 세기는 미미하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를 관찰하기 위해 범세계적인 연구협력단이 꾸려지고, 라이고와 같은 대형 관측 장치가 개발됐으니 말이다.
중력파 관측을 통해 우주의 네 가지 힘 중 하나인 중력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중력파로 블랙홀 쌍성의 충돌을 관측하기 전에는 전자기파 현상을 관측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간접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다. 이제는 중력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시공간의 일그러짐을 중력파로 직접 관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강한 중력장에서의 일반상대성이론도 중력파 천문 관측으로 알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빛뿐만 아니라 중력파를 통해 여러 별과 은하 그리고 우주 전체를 관측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빅뱅
블랙홀에 한 발 더 가까이!

중력파를 직접 관측하여 우주의 대표 수수께끼인 블랙홀을 더욱 세밀하게 관측할 수 있게 되었다. 전자기파로는 블랙홀의 질량을 간접적으로만 측정할 수 있었지만, 중력파 관측을 통해 앞으로 블랙홀 질량을 직접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블랙홀 자전과 같이 전자기파 관측으로는 알기 힘든 물리량도 중력파로 잴 수 있게 됐다.
특히, 중력파 관측은 질량이 태양과 비슷하거나 수십 배 정도 되는 별 질량 블랙홀 두 개가 서로 공전하는 경우와 같은 가벼운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질량이 태양보다 수백만 배 더 무거운 은하중심부 블랙홀의 경우 빛을 이용한 은하 관측과 중력파 관측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보다 자세한 연구가 가능하다.

100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만나다!
노벨상

노벨상 홈페이지-물리학상 페이지 캡처(www.nobelprize.org)

사실 중력파를 직접 관측할 수 있게 된 건 꽤 최근 일이다. 2016년 2월 11일, 국내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 공동 연구팀이 인류 최초로 중력파 검출에 성공한 사실을 발표한 것. 미국 라이고 레이저 간섭계가 2015년 9월 14일에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하나의 블랙홀로 합병되기 직전 0.15초간 발생한 중력파 신호를 검출했고, 5개월여 간의 정밀 분석 후에 세계 동시 기자회견으로 대발견이 공식 발표됐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설명하면서 예측한 중력파의 존재가 100여 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증명된 것이다.
이 발견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포함한 라이고(LIGO) 연구단과 유럽 중력파 검출기인 비르고(VIRGO) 연구단 등 13개국 1,000여 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협력단의 합작품으로, 특히 라이고의 중력파 관측을 이끈 세 명의 과학자(라이너 와이스, 킵 손, 배리 배리시)는 201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력파 검출 성공한 위풍당당 라이고

1950년대부터 과학자들은 거대한 장치를 건설해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2000년대 가동되기 시작한 라이고(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 wave Observatory)는 1980년대부터 계획된 킬로미터급 레이저 간섭계이다. 강력한 레이저를 수직으로 난 두 개의 터널(길이-각 4㎞)로 나누어 보내면 터널 끝에 있는 거울에 반사되어 되돌아온다. X축과 Y축의 레이저 빔 길이를 동일하게 맞춰둔 경우에는 X축과 Y축 빔이 거울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거리가 같고 따라서 빔이 돌아오는 시간도 동일하다. 중력파가 라이고(와 지구)를 훑고 지나가면 X측과 Y축 레이저 빔의 길이가 중력파에 의해 미세하게 달라지며, 각각의 길을 따라 빛이 되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도 달라진다.
또한, 중력파는 파도처럼 기기를 ‘흔들게 되는데’ 중력파의 파장(혹은 주파수)에 따라 단위 시간당 레이저 빔의 길이가 줄었다 늘었다 하는 횟수가 달라진다. 따라서 X축과 Y축 레이저 빔 길이가 상대적으로 4km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재어 중력파의 세기를 알 수 있고, 늘었다 줄었다 한 횟수를 세면 중력파의 파장(혹은 주파수)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라이고 관측소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리빙스턴과 워싱턴 주의 핸포드에 각각 1기씩 설치돼있어서 ‘두 개의 눈’ 역할을 한다. 두 대의 독립된 관측소를 건설하면 발견된 신호가 기기나 환경 잡음인지 아니면 우주에서 날아온 중력파인지를 검증할 수 있다.
중력파 최초 검출에 함께한 비르고는 처녀자리 별자리(Virgo)를 뜻하는 중력파 검출기다. 라이고와 거의 같은 구조로, 각 팔의 길이는 3km이며 이태리 피사 부근에 설치돼있다. 현재 지구상에는 두 대의 라이고, 한 대의 비르고로 이뤄진 3대의 국제 중력파 관측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다. 지구상의 여러 곳에 관측소가 3대 이상 있으면 우주 중력파가 날아온 위치를 대략 알 수 있다.

중성자별 충돌에서 찾은 두 번째 중력파

2017년 여름의 중력파 발견은 특히 천문학계를 뜨겁게 달궜다. 8월 17일 포착된 중력파 신호 ‘GW170817’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라이고와 비르고 과학 협력단은 당일 오후 9시 41분(한국시간 기준) 중성자별 충돌에 의한 중력파 발생 현상을 최초로 관측하여 ‘GW170817’라 명명했다. 중력파 연구단은 GW170817이 블랙홀보다 가벼운 중성자별이 충돌한 것으로, 지구에서 약 1억 3000만 광년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몇 시간 만에 알아낼 수 있었다.
사실 라이고와 비르고 관측소에서 중력파가 검출되고 약 2초 지났을 때 미국의 페르미 감마선 위성 망원경이 독립적으로 감마선 폭발 현상을 발견하여 ‘GRB170817a’라 명명했다. 천문학자들은 국제 천문 네트워크를 통해 같은 날 발견된 중력파 신호와 감마선 신호가 실은 같은 현상으로부터 방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GW170817 발견 24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전 세계 수십 개 관측 그룹이 전파에서부터 가시광선, 자외선, 엑스선등 다양한 파장대역에서 후속 관측을 시작했다. GW170817에 대한 국제 천문 관측 협력 연구를 통해 감마선 폭발이 이론에서 예측됐던 것과 같이 중성자별 충돌로부터 발생한다는 것이 관측으로 처음 확인됐다. 또한 금과 같은 무거운 원소가 중성자별 충돌에 기인한다는 것도 확인이 되어, 우주에 존재하는 무거운 동위원소의 근원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이 풀릴 수 있게 됐다.
이는 국내 연구진 39명을 포함한 3,500여 명의 국제공동연구팀과 3곳의 중력파 관측소, 70여 곳의 천문대, 천문관측 위성을 총동원해 이룬 성과다. 특히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KMTNet이 24시간 연속해서 관측한 자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력파 연구를 이끄는 한국의 어벤저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한국의 연구자들은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이라는 이름으로 라이고 과학협력단에 참여하고 있다. KGWG는 4개 대학(서울대, 한양대, 부산대, 인제대)과 3개 출연연구소(한국천문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 속한 30여 명의 물리·천문학자, 대학원생 그리고 컴퓨터 전문가로 이루어진 연구 컨소시엄이다.
KGWG는 이번에 중력파를 발견한 어드밴스드 라이고의 관측에 사용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와 기기 모니터링에 직접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전산 자원을 활용해 블랙홀 수치 시뮬레이션, 중력파 파형 개발 및 중성자별/블랙홀의 물리량 측정(모수추정) 등 중력파 천문자료 분석 연구를 수행해나가고 있다.

다중신호 천문학 연구GW170817관측시간 별 요약 다중신호 천문학 연구GW170817관측시간 별 요약 다중신호 천문학 연구GW170817관측시간 별 요약
다중신호 천문학, 그 위대한 첫걸음

GW170817의 발견과 세계 천문 학계의 광대역 동시 관측 캠페인의 성공으로 중력파와 전자기파 신호를 동시에 관측하여 한 천체를 연구하는 ‘다중신호 천문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앞으로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위치와 규모, 우주의 과거까지도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