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한국천문연구원에는 천문학자만 있는 게 아니다.
우주과학자, 물리학자, 공학자 등 우주에 대한 근원적 의문에 과학으로 답하기 위한 여러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이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활약하고 있는 엔지니어들과 그들이 참여·개발한 기술에 대해 알아본다.

전파천문본부 KVN그룹 노덕규 & 오세진 책임연구원

Q_G

함께 개발한 기술은?

A_G
노덕규 :
장영실홀 1층 한일상관센터에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성능의 상관기가 있습니다.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건설 사업에 발맞춰 한일 공동으로 개발한 ‘대전상관기’인데요. 초당 1GB씩 기록하는 관측국을 최대 16개까지 동시에 지원하고, 관측대역 당 8,192의 분광점을 만들어 내는 엄청난 녀석이죠. 이 상관기로 KaVA(KVN and VERA Array)나 EAVN(East Asia VLBI Network) 관측의 상관처리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의 KVN이 500km급의 한반도 규모를 넘어 5,000km급의 지구 규모로 VLBI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 중의 하나입니다.
Q_G

상관기란?

A_G
오세진 :
상관기는 전파천문학의 꽃과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광학망원경은 조리개를 조절해 초점을 먼저 잡고 천체를 관측하게 됩니다. 그러나 VLBI(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초장기선 전파간섭계) 관측은 여러 전파망원경이 하나의 천체를 동시에 관측합니다. 그 데이터를 상관센터로 이동·배달해서 데이터를 재생하고 상관처리를 수행하며, 이때 VLBI 관측이 잘 수행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론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계산과정이 포함됩니다. 우리의 왼쪽 눈을 서울에 위치한 전파망원경, 오른쪽 눈을 제주에 위치한 전파망원경으로 비유해 봅시다. 눈앞의 손가락 (별이라고 가정)을 보기 위해 우리의 눈은 동공을 열심히 움직여서 초점을 잡아주려고 노력하지요. 두 눈이 보는 물체의 초점을 잡아주는 중심 역할은 우리의 뇌가 담당합니다. 즉, 상관기는 전파망원경으로 VLBI 관측을 수행한 후에 각 망원경의 초점을 잡아주는 가장 중요한 장치인 것입니다.
Q_G

엔지니어로서의 삶은?

A_G
노덕규 :
한국천문연구원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할 때, 그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현해 내는 일. 이 둘의 관계를 원인과 결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자(엔지니어)의 고민이 모여 연구원의 목표가 되고, 연구원의 방향이 연구자 개개인의 삶을 이끌어 가는 거죠. 이런 상호작용에서 서로 결이 맞으면 뭔가 결과가 나오겠죠?
오세진 :
천체를 관측하고 연구하는 사람과 천체를 관측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개발하는 사람, 연구원에서는 이런 사람을 엔지니어라고 합니다. 보통 천문기기를 만들어 실제 관측에 투입하기까지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때마다 천문학자와 엔지니어 모두가 일심동체 되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 구축된 장비로 천문학자들은 원하는 관측결과를 도출하고요. 이처럼 천문학자들의 연구를 집중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한국천문연구원 엔지니어의 삶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개발·정비·보수 등의 일을 묵묵히 하면서 보람과 가치를 느끼고, 이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천문학자들을 통해 더 빛난다고 봅니다.
Q_G

연구 중 가장 곤혹스러웠던 순간?

A_G
오세진 :
상관기 과제를 진행하던 당시 일본 업체가 장비 제작을 맡은 상황이라 외화로 결제(계약금, 중도금, 잔금)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외환 위기가 일어났고, 환율이 치솟으면서 저희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2배가량 늘어났어요. 환차손에 따른 예산 확보 문제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모두가 힘들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를 통해 대형 국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는 세계의 정세도 함께 신경 써야 한다는 교훈을 얻기도 했고요.(웃음)
노덕규 :
특정연구개발사업에서 예산을 받아 상관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2년 차에 정부에서 이 사업을 종료시켜버린 겁니다. 프로젝트는 계속돼야 했기에 험난한 과정을 거쳐 일반사업이라는 다른 꼭지에서 이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비유하자면, 대학을 들어가서 이제 공부 좀 하려는데 학과가 없어지고 다른 학과에서 졸업했다고나 할까….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어쨌건, 솟아날 구멍도 있었잖아요?
Q_G

엔지니어로서의 꿈?

A_G
오세진 :
한국천문연구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천문기관이며, 여기서 근무하는 분들은 모두 국가대표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상관기를 개발·운영하는 국가대표 엔지니어이며, 당당히 “한국에서 상관기는 누가 제일이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바로 저의 이름이 생각날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의 노력으로 책임감 있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습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대형망원경사업단 광학천문기술그룹 박찬 & 이성호 선임연구원

Q_G

개발한 기술은?

A_G
박   찬 :
적외선고분산분광기(IGRINS, Immersion GRating INfrared Spectrograph) 기술 개발입니다. 200여 년 전 독일의 프라운호퍼가 개념적으로 가능하다고 발표했던 담금격자 분광기 기술을 2014년 처음으로 천체관측연구에 구현한 것입니다. 천체관측장비는 망원경을 통해 모아진 빛을 검출하는 장치로, 크게 빛의 밝기를 측정하는 측광장비와 빛을 파장별로 분해하여 분석하는 분광장비로 나누어집니다. 그러나 천체의 구성 성분이나 천체가 움직이는 속도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광관측이 월등히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현대 천문학에서는 분광기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분광기는 작고 가벼우면서도 더 세밀하게 천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관측기기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텍사스대학교가 공동으로 개발한 이 분광기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 평이 좋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인기가 있어서 처음에 2.7m 망원경에서 관측을 시작했으나 2016년부터 4m DCT 망원경으로 옮겨 갔고, 2018년 상반기에는 제미니 8m 망원경에서 45일간의 관측시간이 확정되어 있습니다. IGRINS에서 확보한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현재는 GMT 망원경의 1세대 관측기기인 G-CLEF와 GMTNIRS 개발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성호 :
개발 후 세계 유수의 망원경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매우 성공적인 결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장기간 파견을 나가 국제협력 연구자들과 긴밀한 공동 작업을 하면서 국제 수준의 체계적인 프로젝트 관리와 시스템 엔지니어링을 배울 수 있어 기억에 남습니다.
요즘은 FSM(Fast-steering Secondary Mirror)을 개발 중입니다. 이는 거대마젤란망원경(GMT)의 부경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초당 수십 번의 빠른 속도로 반사경의 각도를 미세 조정해서 바람이나 망원경 진동 때문에 흔들리는 상을 보정함으로써 망원경 성능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합니다.
Q_G

엔지니어로서 바라는 점은?

A_G
박   찬 :
관측기기는 천문우주연구를 위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그 기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도구가 아닙니다. 핵심 임무 수행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천문연구원의 구성원입니다. 기기개발자로서 때때로 도구 취급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 연구 의욕이 많이 떨어집니다.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라 기술개발 종사자들이 스스로 극복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이성호 :
한국천문연구원이 발전할수록 더 큰 프로젝트, 더 많은 프로젝트들이 생기고 있는 반면 확보할 수 있는 기술개발 연구자들은 제한되어 있어서 각자의 업무가 점점 더 가중되고 있는 편입니다. 교육현장에서 기기개발 분야의 인재 양성이 더 활발해지면 좋겠습니다.
Q_G

개발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추억

A_G
박   찬 :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IGRINS 시험 관측 첫날밤입니다. 5년간 설계하고 제작하고 실험했던 결과가 과연 밤하늘에서도 기대하는 성능을 발휘할까 긴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옅은 구름 사이로 바라보는 오리온자리 알파별. 그 스펙트럼이 컴퓨터 화면에 떴는데 아무도 소리 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긴장해서 샴페인 타이밍을 놓쳐버렸습니다. 한참 지난 후에야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확인하고 진짜 샴페인을 터뜨리며 자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Q_G

연구 중 보람을 느끼는 순간

A_G
박   찬 :
학위를 받고 졸업하는 학생들을 볼 때 가장 크게 보람을 느낍니다. 기기개발 과정에서 기술개발에 기여한 결과로 학위를 받거나, 완성된 기기에서 획득한 관측 자료를 활용하여 천문 연구를 수행하고 그 성과로 학위과정을 마무리하는 학생들을 보면 마치 내가 졸업하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성호 :
노력한 결과가 국제협력 연구자들에게 인정을 받고 프로젝트의 진행에 도움이 될 때, 그리고 그러한 성과가 모여 개발한 기술이 성공적으로 작동해서 호평을 받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Q_G

엔지니어로서의 꿈?

A_G
박   찬 :
전부터 좋은 천문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인생은 즐겁게 리서치는 심플하게!’라는 좌우명으로 연구 중입니다.
이성호 :
아직 배울 것이 너무 많습니다. 연구역량을 더욱더 키워서 언젠가는 스스로 전문가라고 자부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우주과학본부 우주천문그룹 문봉곤 선임연구원

Q_G

개발한 기술은?

A_G
과학기술위성 3호 주탑재체 MIRIS, 차세대 소형 1호 탑재체 NISS 등을 개발하면서 실제 기술을 적용한 광학계를 고정하는 광기계 마운팅(optomechanical mounting) 기술입니다. 렌즈와 미러 등으로 구성하고 있는 탑재체는 발사 진동환경 및 우주 냉각환경에서 파손되지 않고 견뎌야 하기 때문에, 요구된 공차 내에서 광학계를 고정하는 광기계의 설계 기술 및 조립 기술이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기술입니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광학계를 포함한 탑재체 프로젝트에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었고, 관련하여 기계구조부의 다양한 기술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Q_G

엔지니어로서의 삶은?

A_G
천문우주관측기기 연구개발을 통해서 우주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삶. 우리가 만든 관측기기가 좋은 연구결과를 낼 때 그 보람도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좌우명은 ‘하나님 앞에서 바로 살고, 공부해서 남 주자’는 것입니다. 저의 연구 개발을 통해서 주변의 많은 천문학자들과 세상의 많은 분들에게 도움과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전파천문본부 전파기술개발그룹 한석태 책임연구원

Q_B

개발한 기술은?

A_B
4채널 우주전파 동시 관측 수신기. 기존 22, 43㎓ 채널은 물론 초고주파 영역인 86, 129㎓ 채널에서도 천체 관측이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로 꼽힙니다. 특히 하나의 주파수 영역에서만 관측하던 우주전파를 동시에 4개의 채널로 관측하게 된 것은 처음입니다.
초고주파 영역인 86, 129㎓ 채널에서는 천문우주 선진국조차 우주전파가 지구대기를 통과하면서 변형되는 것을 보정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고주파수의 변형을 인공 광원을 이용하여 대기의 움직임을 보정하는 적응광학기술을 적용해 해결했죠. 최근에는 초소형 3중 대역 우주전파 수신기 개발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Q_B

엔지니어로서의 삶은?

A_B
“우주의 근원적인 의문에 과학으로 답한다”는 우리 연구원의 사명처럼, 우주의 의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조금이나마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삶.
Q_B

개발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추억

A_B
한창 젊은 나이인 35세부터 50세까지 우주전파 수신기 개발을 위해서 젊은 학생들과 몇 날 밤을 지새우며 함께 고생하던 시절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8년여의 긴 세월 동안 자체 개발된 4채널 동시 관측 수신기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4채널 우주전파 신호를 관측했던 순간이 가장 생생합니다.
Q_B

연구 중 보람을 느끼는 순간

A_B
우리가 개발한 수신기로 전 세계 전파천문학자들이 발표한 우수한 연구결과를 지켜보는 것.
Q_B

연구 중 가장 곤혹스러웠던 순간?

A_B
연구비가 부족하여 다른 연구과제 책임자들에게 연구비를 구걸하고 다닐 때?
Q_B

엔지니어로서의 꿈?

A_B
우리의 부품과 시스템은 우리 기술로, 우리 손으로 개발하자!

광학천문본부 변광천체그룹 김동진 선임연구원

Q_G

개발한 기술은?

A_G
지난해 KMTNet 관측소를 개시한 이후 수많은 관측 자료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루에 생산되는 자료의 양은 600GB, KMTNet의 1년 처리량은 500TB에 이르며 이는 연간 수 억 개 천체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가능한 양입니다. 동일 연구 목적의 관측 시스템이 2~4시간에 1회 빈도로 관측 자료를 얻었던 것에 비해 KMTNet은 10분에 1회 자료를 받는 수준으로 질적 향상을 보였습니다.
각 사이트에서 촬영한 모든 관측 자료는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천문연구원 데이터센터에 전송되며, 전송 후 1일 이내에 영상 처리해 연구자들에게 배포됩니다. 저는 이 같은 대용량 자료처리 파이프라인 및 데이터베이스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_G

개발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추억

A_G
실시간 자료 전송을 위한 프로그램 및 네트워크 설정 관련으로 칠레 CTIO천문대에 출장 다녀온 것.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했고 현지 음식은 입에 맞지 않아 힘들었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기에 기대감이 더 컸죠.
Q_G

연구 중 보람을 느끼는 순간

A_G
KMTNet 실시간 파이프라인이 문제없이 잘 수행될 때, 그리고 KMTNet 데이터를 사용한 우수한 논문이 나왔을 때.
Q_G

연구 중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

A_G
이는 아마 다른 개발자들의 애로사항과 비슷할 듯합니다. 프로그램 실행에 문제가 있는데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찾지 못할 때, 코딩 시 분명히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데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처음 계획대로 프로그램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계획이 변경되어 프로그램을 모두 뒤집어엎어야 할 때… 참 곤혹스럽죠.
Q_G

엔지니어로서의 꿈

A_G
저의 좌우명은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가진다”입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최신 트렌드 및 기술을 습득하며 꾸준히 노력하는 연구자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