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하고 싶은 옛 천문학자

뉴턴은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내가 오늘날과 같은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더 멀리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천문학계에도 무수히 많은 ‘거인’이 있다.
그 중에서 KASI人이 개인적으로 소개하고 싶은 옛 천문학자는 누가 있을까.

이론천문연구센터 고천문연구 김상혁 박사
송이영

송이영(宋以頴, 1619~1692)은 조선후기의 천문학자입니다. 관상감(조선시대 천문 등을 담당하던 관청)의 주요 천문관측 등의 임무를 수행하였는데, 혜성 출현(당시의 혜성 출현은 국가 위기 사항으로 인식됨)과 관련해 임금의 신임을 얻게 됩니다.
그는 왕명에 의해 1669년 전통적으로 발전시켜온 혼천의에 서양식 자명종을 결합하여 세계 최초로 추동식 혼천시계(국보 제230호)를 제작합니다. 이 일로 1673년 천문학교수까지 오르게 됩니다. 이외에도 윤달 설정 및 시헌력의 오류에 대한 논쟁에서 시헌력법이 옳다는 것을 견지해 냈습니다. 천문을 관측하고, 천문기기를 제작하고, 뛰어난 역산가로서 모든 역할을 수행하며 당시 천문학 분야에서 촉망받는 학자였던 송이영. 특히 동아시아의 과학 전통과 서양과학을 융합한 하이브리드형 사고를 갖는 오늘날의 과학자 모습과 매우 닮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파천문본부 ALMA그룹 오세헌박사

우리가 아는 빛나는 우주는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우주의 많은 부분은 아무런 빛을 내지도 않고 빛을 반사시키지도 않는 암흑물질입니다. 전자기파로도 관측되지 않고 오로지 중력을 통해서만 존재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베라 쿠퍼 루빈(Vera Cooper Rubin, 1928~2016)은 이런 암흑물질의 존재를 증명해낸 미국의 천문학자입니다. 스위스 물리학자 프리츠 츠비키(Fritz Zwicky)가 처음 그 가능성을 제기하였고, 이후 베라 루빈이 나선은하 회전곡선(rotation curve)으로부터 은하 내에는 항성과 성간물질을 모두 합친 것 이상의 질량이 존재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후 암흑물질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었지요.
루빈은 미국에서 국보급 과학자로 불리는 사람이고 노벨상 수상도 유력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을 하지 못한 채로 지난해 사망했습니다. 충분한 업적과 자격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수상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2003~4년경 제가 ‘나선은하의 암흑물질 분포’를 주제로 연구할 당시 함께 연구할 뻔한 기회가 있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인연이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암흑물질 연구의 개척자였으며,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게 생각하는 ‘거인’ 중 한 명입니다.

천문학의 대중화에 앞장선 '코스모스'의 칼 세이건

칼 세이건을 처음 접한 것은 2014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40년 만에 리메이크한 닐 타이슨 버전의 ‘코스모스(COSMOS)’를 통해서였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우주의 탄생과 진화라는 방대한 지식을 화려한 영상미와 쉬운 해설로 천문학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이후 과학도서의 바이블로 불리는 ‘코스모스’의 원작자인 칼 세이건이 궁금해졌고, 그가 20세기 천문학자로써 뛰어난 업적뿐만 아니라, 과학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는 시카고대학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NASA에 근무하면서, 우리가 익히 들어보았던 무인탐사선 바이킹호를 화성에 보내, 외계생명체를 탐사하는 계획을 지휘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과학 대중화에 기여함으로써 천문우주과학의 중요성과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통해 내가 알던 인류는 한없이 작은 존재이자 우주의 진화과정에서 탄생한 우주의 일부라는 점, 우주도 나름의 규칙을 갖고 있으나, 절대불변의 존재가 아니라는 점 등 우주에 대해 다른 시각의 눈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보단 파진스키

최근 한국천문연구원은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을 통해 외계행성을 발견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기반이 되는 이론,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한 탐색방법을 최초로 제안한 천문학자가 바로 보단 파진스키(Bohdan Paczynski, 1940~2007)입니다. 어떤 별을 관측하고 있을 때, 별과 관측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천체가 지나가게 되면, 관측자에게 도달하지 않던 빛이 보이지 않는 천체의 중력에 의해 휘어져서 관측하고 있던 별의 밝기가 원래의 밝기보다 밝아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만일 렌즈작용을 하는 별에 행성이 있으면 추가적인 밝기 변화가 일어나며, 이를 분석해서 행성의 물리량을 산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폴란드 출신의 천문학자이자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인 그는 이러한 새롭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할 뿐만 아니라 별의 진화나 감마선 폭발 현상 등 다양한 현상들에 대해서 독창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의견들을 많이 제시했습니다.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하던 그가 뇌종양으로 일찍 생을 마쳐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